고조선 이야기

고조선은 한국사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나라입니다. 정확한 연대는 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기원전 2333년, 단군왕검이라는 인물이 나라를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이것은 신화의 언저리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만,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이야기를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지요. 단군은 천제(하늘의 신)의 아들로서, 인간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 이 땅에 내려왔다고 하지요.

재미있는 건 그보다 먼저, 한 마리 곰과 한 마리 호랑이가 사람의 모습을 갖고자 굴속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기도를 올렸다는 이야기입니다. 호랑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굴을 나갔지만, 곰은 인내했고, 마침내 여인이 되었고, 단군의 어머니가 되었다지요. 그 이야기에는 아마도 당시 사람들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려 했던 마음, 그리고 신성과 인간성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고자 했던 욕망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고조선은 단군이 다스리는 한민족 최초의 국가로서, 점차 세력을 넓혀갔습니다. 중심지는 대체로 지금의 평양 일대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경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제정일치—왕이 종교적, 정치적 권한을 동시에 가진 형태로 통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별을 보며 계절을 읽고, 하늘에 제를 올리며 삶과 죽음, 풍요와 고난을 하늘의 뜻에 기대어 살았지요.

시간이 흐르며 고조선은 점차 고대 국가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철기 문화가 들어오고, 여러 부족들을 통합하면서 사회 구조가 복잡해졌지요. 그 중심에는 ‘법’이 있었습니다. ‘8조법금(八條法禁)’이라고 불리는 고조선의 법은,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생긴 원시적인 법체계였습니다. ‘사람을 죽이면 죽음으로 갚는다’ 같은 조항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 들어도 간단하지만 무게감 있는 법이지요.

하지만 세상일이 늘 순조롭지만은 않듯, 고조선 역시 외부의 침입과 내부의 갈등에 시달리게 됩니다. 특히 기원전 4세기경부터는 진국, 연나라 같은 외세와의 충돌이 잦아졌고, 기원전 194년, 위만이라는 인물이 고조선의 왕위를 찬탈하면서 역사의 흐름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위만조선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기는 한나라와의 갈등이 본격화되던 시기입니다. 당시 한나라는 고조선을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했고, 결국 기원전 108년, 한 무제의 침공으로 고조선은 멸망하게 됩니다.

고조선이 역사 속에서 사라진 후에도, 그 유산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부여, 고구려, 옥저, 동예, 삼한 등 후속 국가들이 등장하며 그 정신은 이어졌고, 오늘날의 한국인들도 여전히 그 첫 번째 이야기 속에서 뿌리를 느끼곤 합니다. 무언가 모르게, 아주 오래된 나무가 가지를 뻗듯 그렇게요.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단지 먼 옛날의 전설로만 남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히 단군신화를 국사책에서 배우고, 국경일인 개천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잊지 않으려는 마음, 잃지 않으려는 기억. 그것이 곧 역사라는 것의 진짜 얼굴이겠지요.

결국 고조선은 단지 나라 이름만이 아니라, 기억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세상의 어둠을 가르고 처음으로 불을 피운 사람들, 그들이 바로 고조선을 살아낸 이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세계가 복잡해져도, 그런 시작의 기억은 잊히지 않습니다. 마치 밤하늘의 별들처럼요. 가끔은 어둡지만, 언제나 거기 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같은 날, 차 한 잔과 오래된 음악이 함께하는 이 밤에, 그 오래된 나라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도 그렇게 느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이야기는 꽤 괜찮은 여행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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